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지만, 저는 UFC를 좋아합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순히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취미로 주짓수를 배운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테지요.
몸을 부딪히는 운동을 직접 해보면, 경기 속 동작 하나하나가 결코 우연이나 단순한 반응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훈련을 통해 습득한 기술, 감각, 집중력, 심지어 심리전까지.. 그 모든 요소들이 쌓이고 얽혀 만들어지는, 아주 정교한 예술 같은 경기, 그래서 저는 UFC를 볼 때면, 단순한 경기 이상의 것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안에는 항상 한 사람의 인생이 있습니다.
스포츠는 누구에게나 일정한 룰과 시간 안에서 펼쳐지지만, 그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커리어의 절정이고,
누군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경기의 승패는 단 몇 초 만에 갈리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은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 일이죠.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경기라는 짧은 순간 안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스포츠, 특히 UFC 같은 격투기야말로 인생을 가장 빠른 속도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르라고요.
어제 있었던 UFC 경기에서,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는 페더급 최초로 35세가 넘은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그 기록을 보며, UFC 세계에서는 전성기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20대 중반의 피지컬이 절정에 이르고, 30대 중반이면 ‘은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 세계.
챔피언의 자리가 얼마나 짧고, 얼마나 치열한 경쟁 끝에 주어지는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은 정말 ‘찰나’입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를 덧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들인 수만 시간의 훈련, 수많은 부상, 그리고 무수한 포기하고 싶은 밤들.
그 모든 피땀과 시간은 결코 찰나가 아닙니다. 오히려, 단 몇 분의 경기에 그 모든 것을 온전히 쏟아붓는 장면을 목격하는 우리는, 그 순간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함께 보는 셈입니다.
UFC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는 선수들이 생깁니다.
처음 데뷔하는 모습부터, 한 경기 한 경기 성장해나가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타이틀에 도전하고, 챔피언에 오르고, 그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사투, 그리고 언젠가는 또 다른 이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과정까지..
그 모든 순간이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내가 그 여정을 함께 지켜봤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그들이 승리할 때는 내 일처럼 기쁘고, 패배했을 때는 오래 응원해온 친구가 쓰러진 것처럼 아프고,
인터뷰에서 감정을 억누르며 이야기할 때는 같이 울컥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관중의 입장에서 그 처절한 노력과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한 일이라고.
옥타곤 위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선수들의 모습은 우리 삶의 어느 한 장면과도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한계를 맞이했을 때 그걸 이겨내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그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자체로 실패자는 아닙니다. 그 모든 순간은 존중받아야 할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